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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힘박정준 금봉미술관 학예실장
광주 각화동 시화문화마을문화관 금봉미술관 전경

인류의 역사는 미술과 함께 살아온 역사입니다. 최초의 미술은 몸을 치장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기보다는 예측불허인 자연의 힘을 숭배하고 동시에 통제하고자 하는 염원에서 출발했습니다. 구석기인(크로마뇽인)들은 생각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나운 짐승들을 손쉽게 사냥할 수 있을까?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그러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림이 가진 마술의 힘을 빌린 것입니다. 그들은 짐승의 그림과 조각들이 초자연적이고 마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숲과 들판에는 야생상태의 짐승들이 뛰어다녔지만, 구석기인들의 눈에는 그 형상(image)들이 먼저 망막에 들어왔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들은 그 형상(image)들을 소유할 수 있었을까요? 언젠가 한 유럽 화가가 아프리카 마을에서 그들의 소를 그림으로 그렸더니 원주민이 “당신이 그 소를 끌고 가버리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삽니까?”라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혹독한 빙하기를 겪으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지를 고민하고 생각하며 상상하는 형상을 손으로 표현해내는 창의적인 능력을 키움으로써, 척박한 생활을 극복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들판에 있는 살아있는 짐승들을 사냥하면서 동시에 짐승들의 형상(image) 또한 사냥하였습니다. 그 형상들을 주술적 힘을 담아 동굴에 그려냄으로써 사냥의 성공을 축원하였고 풍족한 식량 확보를 상상하며 기뻐하였을 것입니다.

이들은 주술의 힘을 극도로 끌어낼 수 있는 동굴 내부의 숭고한 장소를 찾아 벽의 생김새와 특징을 그대로 살려 튀어나온 부분을 절묘하게 이용해서 생동감이 넘치는 짐승의 형상들을 그려냈습니다.

황소를 그려야겠다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그린 것이 아니라 황소처럼 생긴 우연히 튀어나온 벽을 보고 황소가 생각나서 그림을 그렸던 것이죠. 즉 돌벽의 우연한 모양을 보고 그 모양에 맞는 짐승을 연상하여 그려낸 것이죠!!

벽화에는 돌이나 화살에 맞은 흔적이 있는데, 구석기인들이 사냥에 나가기 전에 모여서 창으로 던져 맞추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려진 짐승의 급소를 찾아 창을 던짐으로써 그 짐승을 잡았다는 성취감과 동시에 심리적 부담감을 덜었을 것입니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짐승일수록 간접사냥의 심리적 경험은 더욱 컸으리라 생각되며 실제 사냥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존에 유리한 사냥교육이 짐승을 그린 벽화그림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고 따라서 동굴벽화라는 주술적 행위를 통해 인류는 생존에 유리해졌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미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무언가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생각이 정교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의 얼룩을 보고 방아 찧는 토끼를 연상하듯, 의미 없어 보이는 얼룩에서도 의미를 끌어내고 새로운 개념을 연상하며 표현해 보는 능력! 연상하고 생각하며 창의성인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힘! 네!! 바로 생각을 미술(image)로 하는 방법입니다.

구석기인들은 우연히 만들어진 벽의 생김새를 이용하여 연상하고 상상해서 짐승의 형상을 끄집어내었습니다. 또한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동굴벽화로 나타내어 의미를 전달하고 소통의 능력을 향상시켜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미술이란 각 시대와 주어진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현상과 형상(image)들을 연상하고 분석, 해석하여 새롭게 읽어내는 창의적인 방식을 찾아냄으로써, 인류의 발걸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미술의 근본적인 역할은 바로 그곳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별기고  bekdusan@er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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